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전시소개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시: 파스텔로 그리는 순간의 시

아트스토리_Art story

by thee 2024. 11. 15. 14:59

본문

니콜라스 파티

 

 

현대 작가로 요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니콜라스 파티의 전시 ‘더스트’를 소개해 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여서 더 기대했던 전시였는데요, 

현대미술에서 파스텔이라는 매체를 이렇게 섬세하게 다룬 작가를 본 건 처음이라 감동이 컸어요.

이번 전시는 그의 첫 국내 개인전으로, 호암미술관의 공간과 어우러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파스텔이라는 특별한 재료의 매력

파티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파스텔의 사용입니다. 

파스텔은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재료라는 단점이 있지만 그는 이를 대형 벽화와 세밀한 인물화에 사용해 자신만의 특유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파스텔이 사용되기 시작한 초기에는 여성들의 화장품으로도 사용되었는데 작가는 이것을 보고 파스텔은 환영을 만들어내는 도구라는 재밌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가 그리는 과정에서는 가루가 날리거나 작품을 위해 사용되는 양에 비해 날리고 떨어지며 소모되는 량이 많지만 2차원적 평면에 입체감의 질감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라고 여겼다고 합니다. 또한 그라피티를 한 사람으로써 벽화를 그린 후 사라지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도 파스텔을 선호하는 이유가 자꾸 욕심이 앞서 덧칠을 하게 되거나 설명하고 싶은게 많아지면서 디테일에 집착하게 되는 저에게 파스텔은 적절하게 그걸 무마시켜 줍니다. 또한 종이와 재료 사이에 가교 역활을 하는 피부의 촉감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장점도 있답니다. 

 

이번 전시에는 파스텔 벽화를 보실 수 있는데요, 전시가 끝나면 모두 철거되는 작품들입니다.

그래서 더욱 희소성이 있고 꼭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정물



 

 

‘더스트’라는 제목의 의미

이번 전시 제목 ‘더스트(Dust)’는 "모든 것이 먼지로 돌아간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 물질적인 모든 것은 결국 자연의 순환 속에서 소멸되기 마련입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삶의 무상함과 자연의 순환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애써 쌓아 올린 것들조차도 결국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특히 벽화 작품들은 전시가 끝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이 순간의 예술이 주는 덧없음과 소중함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초현실주의의 만남

파티의 작업은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피카소, 마그리트, 볼테르와 같은 작가들의 영향이 엿보이는데요, 그의 작품은 형태를 단순화하고 상식을 벗어난 색채를 사용하여 독특한 초현실주의적 느낌을 자아냅니다. 예를 들어 연꽃이 있는 초상화는 인물보다 연꽃이 더 부각되어, 마치 자연의 생명력이 인간을 압도하는 순간을 포착한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는 인물의 성별이나 형태를 모호하게 표현하여, 관객이 편견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제가 평소 고민하는 ‘사실적인 표현에 길들여 생기는 디테일에 대한 집착’을 넘어, 연꽃이 초상화 속 인물을 대편하는 더 포괄적인 시각을 제공해 주는 듯 했습니다.

청자 주자가 있는 초상 빨간 꽃이 있는 초상 연꽃이 있는 초상

 

문화 간의 대화와 조화

이번 전시에서는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뿐만 아니라 리움미술관의 고미술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시대와 문화 간의 대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백자 태호와 콜라보한 ‘동굴’ 벽화는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내면서도 한국 전통 미술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태호는 왕실과 사대부 집안에서 태아의 탯줄을 보관하던 백자였다고 합니다.

평면의 벽이 깊은 동굴처럼 착시가 느껴지는 벽화였는데요 저는 이 작품 앞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마치 백자 속 생명의 근원을 동굴의 어두운 공간에서 찾아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모든 생명은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어요.

 

백자 태호 와 벽화 동굴

                                           

 

 

 

 

 

마무리하며: 덧없음 속의 아름다움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은 결국 사라지겠지만, 그 순간의 아름다움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의 메시지는 허무함이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자연의 섬세함과 순환의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합니다.

지나가는 길에 만나는 들꽃처럼, 우리도 우주의 작은 먼지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담긴 생명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번 전시는 제가 그동안 몰랐던 파스텔의 매력을 발견하고, 일시적인 것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전시에 방문하셔서 이 순간의 예술을 직접 경험해보시길 권해드려요. 이 전시가 끝나면 사라질 벽화들을 꼭 눈에 담아두세요.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요.

 

 

 

 

 

관련글 더보기